항공운송 고용불안

"항공노동자 지원정책, 정규직만 혜택"

2022-01-11 16:39:29 게재

지상조업 용역업체 많게는 90% 감원 … "공적자금 지원시 사회적 규제 연계해야"

"공공운수노조 아시아나KO지부는 사측에 고용유지지원금 신청을 요구했다. 하지만 아시아나KO는 고용유지에 따른 10%의 재정 지출조차 하지 않기 위해 고용유지지원금을 신청하지 않은 채 구조조정을 선택했다. 무급휴직에 동의하지 않아 해고된 노동자 8명은 중앙노동위원회에서 부당해고 판정을 받았고 사측이 불복해 제기한 행정소송에서도 승소했다. 하지만 사측은 소송비용과 고용노동청의 이행강제금으로 수억원을 지출하면서도 항소 중이다."
코로나19 세계 대유행으로 항공운송산업은 직격탄을 맞았다. 정부는 코로나19로 실직 위기에 빠진 노동자를 보호하기 위해 항공산업 등 14개 업종을 특별고용지원업종으로 지정했다. 이들 업종에 대해 두차례에 걸쳐 연장을 통해 기존 180일에서 300일까지 고용유지지원금을 지원해왔다. 고용유지지원금 휴업수당(평균임금의 70%)도 최대 90%까지 늘렸다.
고용유지지원금이 정규직 고용유지에만 활용된다는 비판이 일자 하청 및 파견 노동자에게도 적용할 수 있도록 시행령을 개정했다. 하지만 노동계는 "제도적 한계로 인해 고용관계가 유지된 집단은 정규직 노동자에게만 돌아갔다"며 "문재인정부의 취약노동자 보호 실패"라고 지적한다.

화물로 반전 성공한 대형항공사 … 최악의 한해 보낸 LCC│지난해 코로나19 여파로 항공 여객 시장이 얼어붙으면서 대형항공사(FSC)와 저비용항공사(LCC)의 양극화가 심화됐다. 대한항공은 역대 최대 화물 실적을 올리며 줄어든 여객 매출을 상쇄했지만, 화물기가 없는 LCC들은 코로나19의 직격탄을 맞으며 경영난에 빠졌다. 사진은 9일 영종도 인천국제공항 주기장의 항공기들. 영종도=연합뉴스 임헌정 기자


"코로나19 세계적 유행으로 인한 위기 국면에서 주요 항공사, 지상조업사, 유관 외주업체의 고용실태를 분석한 결과 기간제 노동자, 소속 외(아웃소싱) 노동자 상당수가 일자리를 잃었다."

민주노총 부설 민주노동연구원은 지난해 12월 28일 이같은 내용의 '코로나 시기, 취약노동자 보호에 실패한 문재인정부: 항공운송산업 사례' 이슈페이퍼를 발간했다.

보고서는 대한항공·한국공항, 아시아나항공·아시아나에어포트를 중심으로 고용실태를 분석했다. 특히 코로나19 사태 전인 2019년을 기준으로 코로나19 세계적 유행 시기인 2020~2021년 고용실태를 비교했다.

이승우 민주노동연구원 연구위원은 "1978년 미국의 '항공 자유화'라는 신자유주의적 탈규제로 인해 경쟁이 격화되면서 항공운송 기업들은 소의 '핵심' 업무를 제외하고는 계속해서 아웃소싱을 진행해왔다"며 "항공사-지상조업사-외주업체로 이어지는 수직적 다단계 하청관계가 형성됐다"고 지적했다.


◆대한항공 기간제·아웃소싱 노동자 4000명 줄어 = 코로나19 세계적 유행으로 2020년 국제선 여객은 2019년에 비해 84.2%나 급감했고 국내선은 23.7% 줄었다. 화물 물량도 국제선 23.5%, 국내선 29.7% 감소했다. 외항사까지 포함한 국제선 공항 이·착륙대수는 전년 대비 66.1%나 감소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대한항공 정규직 노동자수는 2019년 1만8922명에서 2020년 1만8740명으로 줄었다가 2021년 1만9155명으로 늘었다. 하지만 아웃소싱 노동자는 5454명에서 2020년 4565명, 2021년 2520명으로 반토막났다. 기간제 노동자는 1564명에(2019년)서 462명(2021년)으로 1102명이 감원됐다.

대한항공 계열사인 저가항공사(LCC) ‘진에어’는 아웃소싱 노동자가 2019년 42명에서 2020년 24명, 2021년 8명으로 81% 줄었다. 지상조업을 하는 자회사 '한국공항'에서는 아웃소싱 노동자가 2019년 3107명에서 2021년엔 1512명으로 1595명이나 줄었다. 기간제 노동자들도 389명에서 132명으로 2/3가 일을 잃었다.

기내 청소, 수하물 조업 업무를 하는 한국공항 외주업체 '이케이맨파워' '한성엠에스' 등도 노동자 절반이 일자리를 잃었다.

이케이맨파워는 기간제 노동자 절반 정도(2019년 2190명→2021년 1271명)를 감원했다. 지상조업 물량 자체가 끊긴 이케이맨파워는 2020년 3월에 단기계약직을 정리해고했다. 한성엠에스는 2019년 1330명이었던 기간제 노동자가 2021년 729명으로 601명(45%)이나 줄었다.

◆정규직 노동자는 별다른 변화없어 = 아시아나항공의 경우에도 정규직수는 2019년 8673명에서 2020년 8833명, 2021년 8626명으로 별다른 변화가 없었다. 하지만 아웃소싱 노동자는 441명(1554→1113명), 기간제 노동자는 122명(366→244명) 줄었다.

아시아나항공 자회사 '에어부산'는 아웃소싱 노동자가 40%(183명), 기간제는 80%(181명)나 줄었다. 지상조업사인 자회사 '아시아나에어포트'는 아웃소싱 노동자가 42%(334명), 기간제는 96%(336명) 줄었다. 금호아시아나그룹 계열사에서는 아웃소싱 노동자보다 기간제 노동자 감원 비중이 더 컸다.

아시아나에어포트 외주 하청업체인 '아시아나KA' '아시아나KO' 등도 비슷했다. 여객탑승권 확인 업무를 하는 아시아나KA는 2020년 3월부터 전직원 무급휴직을 통보하고 권고사직을 요구했다. 2019년 대비 기간제 노동자의 87%(90명) 감원됐고 전체 대비 25% 수준인 100명 이상의 정규직 노동자들도 권고사직 등의 방식으로 해고됐다.

아시아나KO는 2020년 3월에 희망퇴직을 공고한 이후 무기한 무급휴직을 실시하면서 무급휴직동의서를 제출하지 않은 노동자들에게 해고를 통보했다. 230명(51%)의 정규직 노동자와 28명의 기간제 노동자(93%)가 감원됐다.

정부는 항공노동자 지원을 위해 항공여객운송업과 항공운송지원서비스업(지상조업) 등을 특별고용지원업종으로 지정하고 고용유지지원금 지원 기간 및 지원액수를 크게 늘렸다.

고용유지지원금이 정규직 노동자 보호에만 기여한다는 비판이 제기되자 고용보험법 시행령을 개정해 2021년 1월부터 파견 및 용역(도급)업체도 해당 노동자에 대해 고용유지조치를 실시할 경우 지원금을 지급할 수 있도록 했다. 하지만 2021년에도 정리해고는 계속됐다.

◆다양한 공적혜택 받은 대한항공 도덕적 해이 = 이 연구위원은 "산업 특유의 고용구조를 고려하지 않았고 기존 고용안정 정책의 맹점을 보완하지 않았기 때문에 고용충격이 취약 노동자들에게 덮쳤고, 이를 방치한 책임은 정부에 있다"면서 "항공운송 산업이 침체기에 빠졌을 때 항공사나 공항보다는 지상조업 분야 아웃소싱 노동자들이 가장 큰 피해를 입는 양상이 반복됐다"고 비판했다. 코로나 이전에도 고용·임금·노동안전에서 차별받던 취약 노동자들은 국가 고용지원에서도 배제됨으로써 이중적 차별을 겪었다.

아시아나항공, 제주항공 등에 적용된 기간산업안정기금으로 인한 규제를 제외하면 공적자금을 대폭 지원하면서도 항공운송 기업들에게 사회적 책임을 요구하지 않았다.

미 공화당 트럼프 행정부조자도 코로나19 구제금융 지원과정에서 △90% 이상 노동자 고용유지 △노동조합과의 단체협약 유지 △노조에 대한 중립적 태도 견지 △임원 급여인상 금지 △주주배당·자사주 매입 금지 △아웃소싱 확대 금지 등 사회적 규제의 준수를 요구했다.

이 연구위원은 "정부가 사회적 규제 없이 막대한 공적자금만 지원한 결과 대한항공은 코로나19가 절정에 달했던 2020년 조원태 대표의 연봉을 63.7%(12억원)나 인상했다"며 "국가로부터 1조2000억원의 정책금융(영구채 인수 등)을 지원받고, 각종 공항시설사용료 감면, 고용유지지원금 장기지원 등 다양한 공적 혜택을 받은 대한항공의 도덕적 해이"라고 비판했다.

보고서는 기간제 노동자와 파견 및 하청 등 간접고용 노동자 고용보호를 위해 △고용유지지원 제도의 획기적 개선 △노동자의 고용유지지원금 직접 신청 제도 도입 △산업 위기시 공적자금 지원에 사회적 규제 강화 연계 등의 개선방안을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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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남진 기자 njha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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