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나, 대한항공과 통합만이 살길” vs “채권단 양보땐 또다른 길”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10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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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일 이사회 앞두고 ‘플랜B’ 거론

“채권단의 일부 양보만 있으면, 아시아나항공의 재도약 가능성도 충분합니다.”

2019년 HDC현대산업개발의 아시아나항공 인수 추진 과정에 관여했던 투자은행(IB)업계 관계자가 한 말이다. 대한항공과의 통합이 최종 무산되더라도 아시아나항공을 위한 다양한 ‘플랜B’가 있다는 의미다.

“아시아나항공이 살 길은 대한항공과의 통합만이 유일하다”는 전제로 통합이 추진돼 왔지만, 해외 경쟁당국의 조건이 점점 까다로워지면서 아시아나항공의 ‘홀로 서기’를 주장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 현금 마른 아시아나… “대한항공과의 통합만이 유일한 길”

25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대한항공은 아시아나항공 이사회 측에 “아시아나항공 화물 분리매각에 찬성하면 1500억 원을 곧바로 지원하고, 5500억 원을 저금리로 지원하겠다”고 제안했다. 대한항공은 인수대금 중 계약금과 중도금으로 7000억 원을 먼저 아시아나항공에 투입했는데, 통합이 완료되기 전 아시아나항공이 이 돈을 미리 쓸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대한항공은 유럽연합(EU) 경쟁당국이 한국∼유럽 전체 화물 노선에 대한 독점을 우려하자 아시아나항공 화물사업 분리매각을 추진하고 있다. ‘화물 분리매각 찬성’을 끌어내기 위해 아시아나의 가장 아픈 부분인 현금 유동성을 파고든 것이다.

현재 아시아나항공의 현금 유동성은 약 3000억 원 수준이다. 그런데 각종 차입금 및 대출 만기, 고정비 지출 시한 등이 다가오고 있다. 현금이 말라가고 있는 것이다. 또 아시아나항공의 부채 비율은 1400% 수준. 독자 생존이 어려울 뿐 아니라 통합이 불발돼도 인수자를 찾기 어렵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대한항공과의 통합으로 자금 수혈을 받는 게 유일한 대안이라는 말이 나오는 배경이다. 한 항공사 임원은 “통합이 미뤄지면 공적자금 지원을 또 해야 할 수도 있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 채권단 배려만 있다면… “또 다른 회생의 길 있다”

하지만 아시아나항공의 회생 방안은 다른 데서도 찾을 수 있다는 주장들이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다. 단, ‘채권단의 배려와 양보’가 핵심 전제다.

현재 아시아나항공이 KDB산업은행 등 채권단에 갚아야 할 차입금은 약 1조8000억 원, 영구채는 6200억 원 수준이다. 문제는 금리다. 차입금 이자는 7% 수준, 영구채 이자는 9∼13% 사이다. 영구채에는 발행 이후 일정 기간이 지나면 금리를 올려주는 ‘스텝 업’ 조항이 있어서 계속 이자는 불어나는 구조다. IB업계 한 관계자는 “채권단이 금리를 조금만 낮춰줘도 연간 1000억 원 이상 숨통이 트인다”면서 “채권단 승인만 있으면 금리가 더 낮은 채권을 발행해서 영구채를 갚거나 채권단이 가진 영구채를 주식으로 전환하는 방안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마이너스 통장과도 같은 ‘크레디트 라인’을 산업은행이 열어줘서 필요한 돈을 가져다 쓰게 하는 방법도 있다”고 덧붙였다.

아시아나항공의 자회사인 에어부산과 에어서울을 분리매각하는 방안도 제기된다. 이 경우 3000억∼5000억 원의 자금 수혈이 가능해진다는 평가다. 한편으로는 2019년 현대산업개발이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하려다 포기하면서 발생한 ‘2200억 원 계약금’ 소송도 진행 중이다. 1심에서 이긴 아시아나항공이 최종 승소하면 현금 2200억 원이 확보된다.

아시아나항공 이사회는 24일 임시 회의를 열어 아시아나항공 재무 상황 및 향후 시나리오에 대해 난상토론을 벌인 것으로 전해진다. 이사회는 30일 오후 2시 ‘화물사업 분리매각’에 대한 의결을 진행한다. 안건이 부결되면 대한항공과의 통합은 사실상 불가능해진다.


변종국 기자 bjk@donga.com
#아시아나#대한항공#채권단 양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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