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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항공 괜히 합치나...해외노선 줄고 티켓값 급등할 듯

서진우 기자
입력 : 
2023-03-02 20:0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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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나와 합병 승인 위해
영국 슬롯 17개중 7개 반납
해외노선도 경쟁사에 내줘

국적기 티켓값 대폭 인상될듯
전문가 “가격은 규제하더라도
비가격 독점행위 충분히 예상”
대한항공
[사진=연합뉴스]

대한항공이 아시아나항공과의 합병을 위해 각국 공항 슬롯(이·착륙 횟수)을 많이 내주면서 향후 통합 대한항공이 탄생하면 우리 국적기를 이용한 하늘길이 대폭 줄어들 전망이다. 소비자들이 국적기를 이용하려면 좌석을 구하기 어려운데다 외국 항공사보다 상대적으로 비싼 가격을 지불해야 할 가능성도 커졌다.

2일 항공 업계에 따르면 대한항공은 지난 1일 기업결합심사가 필요한 14개 나라 가운데 임의신고국인 영국 측의 승인을 최종 획득했다. 이로써 필수신고국인 미국과 유럽연합(EU), 일본 등 3개국의 승인만 남겨두게 됐다.

이번 영국 승인을 위해 대한항공은 현재 영국 히드로공항에 보유 중인 슬롯(이·착륙 횟수) 17개 가운데 7개를 영국 저비용항공사(LCC)인 버진애틀랜틱에 양보하기로 한 것으로 파악됐다. 업계에서는 대한항공이 승인을 받기 위해 절반에 가까운 슬롯을 반납한 것은 지나쳤다는 평가가 나온다.

대한항공은 지난해 말 중국 측 승인을 얻을 때에도 58개 노선 중 9개를 양보하기로 했다. 국내 공정거래위원회가 경쟁 제한 우려를 판단한 5개 노선에 중국 측이 자체 판단한 4개를 더한 숫자다. 해당 노선에서 신규 진입을 희망하는 항공사가 있을 경우 대한항공은 슬롯을 제공해야 한다.

특히 지난해 2월 국내 공정위의 기업결합 승인을 받을 당시 대한항공은 전체 171개 노선 중 26개에 대해 기업결합일로부터 10년간 슬롯이나 운수권을 이전하기로 했다. 다만 그같은 구조적 조치 이행 시 운임 인상을 자제하고, 좌석 공급량 축소나 서비스 질 축소도 제한하기로 했다.

대한항공은 현재 EU 승인을 놓도고 고강도 추가 심사를 받고 있다. 2단계 심사를 통해 전면적인 반독점 조사를 받는 중이다. EU 측 최종 판단이 나오려면 오는 6월까지 기다려야 한다. 이 과정에서 대한항공은 영국보다 훨씬 노선이 많은 EU 내 슬롯을 경쟁사에 양보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과 일본 승인 심사 결과도 기다리고 있어 통합 대한항공이 운항할 수 있는 노선과 슬롯은 더욱 줄어들 전망이다.

이에 따라 통합 대한항공 출범시 국내 소비자 입장에서는 국적기 이용이 크게 어려워 질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 공정위가 운임 인상 자제를 조건으로 걸었지만 수요·공급 원리를 앞세워 티켓 값까지 자연스럽게 오를 가능성도 커졌다. 특히 현재 대한항공보다 같은 시간대에 운항하지만 5~10% 가량 가격이 저렴한 아시아나항공 노선도 합병 이후에는 가격이 대한항공 수준으로 곧장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산업조직론을 전공한 한 국내 대학 교수는 “(노선과 슬롯 이전이 많을수록) 국적기 노선이 줄어들어 티켓 값이 크게 오를 수 있다”며 “더 큰 문제는 항공사가 직접적인 가격 인상 외에 다른 비가격 행위를 통해 수익성을 보전할 수 있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그같은 점 때문에 외국에서는 항공사 간 합병에서 가격 규제 자체가 무의미하다고 판단 내린다”며 “전통 산업조직론 측면에서 보면 항공 산업에선 비가격 독점 행위를 할 요소가 많다”고 강조했다.

대한항공이 최근 일시적으로 유보하기는 했지만 장거리 노선의 마일리지 차감률을 대폭 인상하려 했던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특히 이 제도는 철회가 아니라 유보인 만큼 다시금 인상된 장거리 노선 마일리지 차감률 방안이 나올 수 있다.

위 교수는 “줄어든 국적기 노선으로 당장 티켓 값을 올리기 어렵다면 마일리지 차감률을 올리거나 마일리지 적립률을 낮추는 등 비가격 행위를 통해 독점 폐해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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