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공항 제1터미널에 아시아나 항공기가 착륙해 있는 모습. /사진=뉴스1
인천공항 제1터미널에 아시아나 항공기가 착륙해 있는 모습. /사진=뉴스1

▶기사 게재 순서
①다시 숨 쉬는 아시아나항공… 합병 필요성 '물음표'
②대한항공·아시아나 합병 지연에 화물대리점 '갈팡질팡' 직원들 '불안'
③통합 LCC 출범하면 박 터지는 싸움

아시아나항공이 체력 키우기에 집중하고 있다. 대한항공과의 합병에 불확실성이 쌓이면서 독자 생존능력 확보 필요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아시아나항공 실적 개선 추이가 이어지는 가운데 해외 기업 결합 심사가 지연되면 양사의 합병 필요성에 대한 의문을 던지는 목소리도 늘어 날 것으로 보인다.


체력 관리 나서는 아시아나

아시아나항공은 지난해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한 화물사업에 힘입어 별도 기준 4559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2010년 영업이익(5690억원)에 이은 두 번째 최대 실적이다.

발목을 잡았던 부실 자회사와 관계회사를 정리하고 화물사업을 키우는 등 선택과 집중 전략을 통해 대규모 이익을 거둘 수 있었다는 평가다. 아시아나는 과거 금호그룹의 핵심 카우 역할을 해 사업을 공고히 하거나 확장하는데 어려움이 많았다.

박삼구 전 금호그룹 회장의 그룹 재건을 위한 희생양으로 여겨졌다. 아시아나의 총영업활동현금흐름은 2011년부터 2020년까지 4조7953억원이었음에도 불구, 같은 기간 투자활동현금흐름이 4조8981억원에 달했다. 영업을 통해 벌어들인 현금보다 대여금 지급 등 자회사 지원을 위한 투자에 더 많은 현금을 쏟아 부었다.


이로 인해 기업 재무구조 악화가 불가피했다. 매각이 본격화 되면서 아시아나의 영업 부문은 개선됐다. 2021년에 이어 지난해에도 자본총계(5210억9600만원)가 자본금(3720억5900만원)보다 많은 정상적인 재무구조를 유지하게 된 것이다.

대한항공의 인수합병 관련 중도금 지급과 계약금 지급도 영향을 미쳤지만 흑자 기조가 이어지고 있다. 투자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올해 영업이익 예상치도 전년보다 249% 증가한 3250억원으로 전망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도 이익 개선 흐름을 나타내고 있는 만큼 자체 경쟁력을 키워야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아시아나항공은 파산에 임박하거나 영업 경쟁력을 잃어 자체적으로 굴러갈 수 없는 기업이 아니다"며 "사업 규모를 더 키우진 못해도 기존 사업 경쟁력 강화와 브랜드 이미지 유지에 힘쓰면 대한항공과의 합병 여부와 상관없이 흔들리지 않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황용식 세종대 경영학과 교수는 "현재는 화물운송에 집중해야 하지만 여객수요 회복이 이뤄지는 시기를 대비한 전략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일부에선 대한항공과의 합병에 물음표를 찍기도 한다. "사람으로 치면 심장이 다시 팔딱팔딱 뛰고 있는데 굳이 동종업종 경쟁사 밑으로 들어가 소비자 후생 감소, 노선반환, 구조조정 등의 문제를 야기할 필요가 있냐"는 것이다.

"공시운임 상한선 무의미"


대한항공, 아시아나항공의 항공기가 인천공항에서 함께 있는 모습. /사진=뉴스1
대한항공, 아시아나항공의 항공기가 인천공항에서 함께 있는 모습. /사진=뉴스1

공정거래위원회는 합병 이후 양사의 독과점을 방지하기 위해 뉴욕·LA·시애틀·런던·파리 등 일부 운수권 및 슬롯을 회수해 다른 항공사에 배분하기로 했다. 이러한 조치가 항공산업 경쟁력 차원에서 꼭 필요한 것인지 의문시 된다.

운수권과 슬롯을 넘겨받을 국내 항공사 찾기가 쉽지 않을뿐 아니라 수 십년 동안 노선 경쟁력을 몇 년만에 없애는 것은 올바른 선택이 아니란 지적이다. 하나의 항공 노선에서 외국 항공사들과 싸워 경쟁력을 확보하기 까지는 오랜 시간이 소요되고 반납한 노선은 결국 외국 국적의 항공사들이 차지할 것이란 우려다.

한 예로 티웨이항공이 도입하는 중대형기 A330은 현실적으로 동유럽까지만 운항이 가능하고 서유럽, 미주 노선 비행은 어렵다. 에어프레미아는 미국 취항을 계획하고 있지만 글로벌 항공 동맹체에 속해 있지 않아 경쟁력이 뒤떨어질 수 있다.

항공 노선의 경쟁이 제한되면 결국 운임 인상으로 이어져 소비자가 피해를 볼 수밖에 없다는 시각도 있다. 인천-워싱턴 노선과 인천-뉴욕 노선의 거리 차이는 83㎞에 그치지만 대한항공이 독점한 인천-워싱턴 노선 운임은 아시아나가 함께 운항하는 인천-뉴욕 노선보다 18만원가량 비싸다.

비슷한 거리면 연료비 등이 비슷해 운임도 큰 차이가 없어야 하지만 독점인 경우 대체재가 없어 다소 높은 운임을 책정해도 울며 겨자 먹기로 이용해야 한다. 경쟁의 중요성을 보여주는 사례로 대한항공과 아시아나는 서로의 항공권 가격을 감안해 운임을 책정한다.

국토교통부가 운임 상한선을 정하고는 있지만 운임 인상을 제어할 장치로는 불충하다는 견해가 많다. 이달 기준 대한항공의 인천-샌프란시스코 일반석 왕복 항공권의 공시운임은 349만2200원이다. 이는 운임 상한선으로 수요가 넘칠 경우 최대한 높게 받을 수 있는 가격이다. 이 가격으로 발권하면 출발·도착 도시를 변경하든 환불하든 간에 수수료를 내지 않는다. 일정을 변경하거나 취소할 때 수수료를 지불하는 항공권은 운임 상한선보다 저렴한 110만원이다.

항공사는 수요만 있다면 언제라도 110만원짜리 항공권을 상한선인 349만원까지 올려 판매할 수 있다. 인천-LA·워싱턴·시애틀·뉴욕 노선 등도 항공권 등급에 따라 운임 상한선과 최저가는 2배 이상 차이가 난다. 유럽 노선도 마찬가지다. 인천-런던 일반석 왕복 항공권의 상한선은 348만8500원, 최저 가격은 105만원이다. 파리로 가는 항공권 최고 운임은 348만8500원, 최저는 105만원이었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가 통합에 성공하면 경쟁체제로의 회복이 어려워 항공산업 경쟁력이 후퇴할 수밖에 없다는 우려도 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양사는 독일 프랑크푸르트, 런던 히드로, 프랑스 파리에 복수 취항하며 경쟁을 해온 결과 현지 항공사를 누르고 점유율을 넓혀갈 수 있었다"며 "새 주인을 찾는 것이 급할 수도 있지만 소비자 후생, 한국 항공산업 경쟁력 등과 관련된 의견수렴이 충분히 모아진 후 결정이 내려진 것인지 여전히 의문"이라고 말했다.